[SW사관학교 정글] 찬찬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
지나온 과거에 대한 성찰, 5개월 동안 내가 어떤 것을 얻어가고 싶은지, 어떤 자세로 임하고 싶은지, 정글2기가 끝난 후 나의 모습은 어땠으면 좋겠는지 생각해보기
희망
초, 중, 고, 재수 시절을 떠올려 보면 주어진 것을 참 열심히 하는 아이였던 것 같다. 항상 더 좋은 교육, 더 좋은 기회, 더 좋은 공부법을 생각하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한편으로는 불만도 품었지만, 정작 발을 내딛고 있는 현실에서는 별말없이 성실히 해냈다. 미래에는 어떠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는 '희망' 이라는 단어를 좋아했다. 그 시절에는 대학만 들어가면 모든 걸 보상받고 행복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하루하루를 즐겼던 것 같다. 이러한 과정에서 내가 스스로 기획하고 학습하는 습관이 생겼다.
자유와 방황 그리고 선택
성인이 된 후 대학이라는 곳은 기대했던 것처럼 정말 자유가 가득했다. 온전히 내 머리만으로는 그릴 수 없었던 '자유'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행복했다. 공부, 연애, 여행, 술, 일, 다양한 활동, 교환학생 등 정말 하고싶은 거 하며 부지런하게 살았다. 한편으로는 굉장히 '방황'도 많이 했다. 욕심이 많아 여기저기 기웃거리기 일수였다. 창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동문 네트워크 모임에 참여하기도 하고 창업학과 부전공을 신청했다가 취소하기도 하였다. 전공공부도 열심히 하여 장학금도 받아보고, 주식을 해보겠다고 유료 강연도 찾아다니기도 했다. 관심은 많았지만 뭔가 하나를 깊게 파본 것은 없는 것 같다. 세상은 한 분야만 잘해도 성공한다는데,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게 무엇일지 고민을 달고 살았다. 결국 하고싶은 것을 다 엮은 짬뽕 시나리오가 탄생했다. 한국에서 석사, 미국에서 박사를 한 후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창업하기며 한편으로는 재테크도 같이 하여 부자되기.
좌절
석사 생활은 그야말로 '좌절'의 연속이었다. 이론 공부, 논문, 실험 등 해야할 게 너무 많았고 해도해도 끝이 없었으며 무엇보다 어려웠다. 무엇보다 박사를 해선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할 수 없어서 일수도 있고 그렇게 살고싶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이 때 자신감을 좀 많이 잃었다. 정말 원했던 것에 실패하여 정신적, 육체적으로 꽤 힘든 시간이었다. 그렇게 내 장기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정말 겨우 졸업한 것 같다. 돌이켜 보자면 과학적 사고, 합성 분야 지식, 인내심 정도 배운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사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 것은, 석사를 하지 않았다면 언제까지나 화공 분야 연구에 대한 갈증이 채워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 여담이지만, 내 인생에 화학공학 박사도 없을 거고.. 가끔 '다른 랩실이나 분야에서 석사를 했다면 박사를 하고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내 일
석사 졸업 후 3개월 석유화학, 1년 3개월 외국계 반도체 회사에 근무하며 나름 많이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했다. 다행히 회사 사람들은 너무나 친절하고 좋은 분들이었고 업무도 나름 만족스러웠다. 공휴일인 어린이 날에 출근해 8시간동안 일하며 이슈를 해결할 만큼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했지만, 나는 한 발 앞서서 일을 더 잘하려고 하진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를 못 느꼈고, 그런다고 월급이 오르는 것도 아니었다. 즉 성장은 하고 싶지만, 연차에 따른 성장이 어느정도 정해져있는 조직에서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사님, 수석님, 책임님들을 보며 내 앞으로의 미래를 상상해 보았을 때,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일에 바빠 3주 연속 출근하는 모습과 휴가임에도 계속 업무를 볼 수 밖에 없는 환경들. 나는 직장인으로서 그렇게 살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 살아야 한다면 커리어를 쌓아서 '프리랜서'나 '내 사업'을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당장 화학공학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나는 정말 내가 도전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전공공부에 쏟은 6년이라는 기회비용을 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중 만난 것이 정글이다.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제조업에서 억대 연봉 받을 연차까지 기다리는 시간이나 지금 개발자로 전환 후 억대 연봉에 도달할 때 까지의 시간이 비슷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30대에 개발 경력을 쌓으면 40대에는 내 일을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개발자가 되기로 결정했다.
자신감
정글에서 지내는 5개월 동안 나는 '자신감'을 갖고 마무리하고 싶다. 5개월이란 시간은 정말 적절한 것 같다. 1년은 너무 길고 커리어 전환하기에는 3개월은 너무 짧다. 딱 반년, 적절하다. 이 5개월동안 당연히 얻어야 하는 건 프로그래밍 능력과 학습 능력이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기에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능력을 갖추는 게 1차적인 목표다. 모든 것을 버리고 이곳에 온 만큼 프로그래밍 실력도 늘고, 중장기적으로 훌륭한 개발자가 되기 위한 밑거름을 탄탄히 갖추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궁극적으로는 '자신감'을 갖추고 싶다. 내가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 아니 내가 온전히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
묵묵함
정글 교육기간 동안 '묵묵히' 주어진 일들을 해낼 것이다. 전통적인 한국 교육과정을 거치며 경쟁, 비교, 시험 이 모든 것들에 익숙한 나는, 나를 객환화할 기회가 참 많았다. 남들보다 글 읽는 속도가 느려 책을 통한 학습 속도가 떨어진다. 그렇게 많은 책을 봐왔건만, 느린 건 여전하다. 그리고 집중하면 뭐든 나름 잘하지만, 나에겐 집중을 발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나는 선천적으로 외부 자극에 취약해 이로인해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수면 시간, 기온, 술, 식사량' 등 변화가 생기면 어김없이 몸이 피로해진다. 상상 이상으로 입력, 출력 값이 정직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나는 밤을 샐수도 없고, 휴식없이 하루종일 앉아 공부할 수도 없고, 맛있다고 엄청 배부르게 먹을 수도 없다. 물론 이러한 부분들을 '의지의 차이'로 여겨 극복해보려 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번아웃과 건강 악화에 따른 실망과 좌절 뿐이었다. 그래서 남과 비교는 하되,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못 하는 것을 잘 구분해서 내 페이스대로 '묵묵히' 걸어나가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즉, 개발자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나 스스로가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정글이라는 게 중요하다. 남들보다 더 성장하는 것보다 내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것,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한결같음
5개월 후 정글 교육이 모두 끝나게 되면 다시 취직 준비도 하고 진짜 개발자로서의 삶이 시작된다. 그 때도 지금처럼 '한결같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흥미를 가지고 하고싶은 일을 하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하고싶은 일을 하고 산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수많은 다른 유혹, 기회, 즐거움들을 포기해야 할수도 있고, 경제적, 사회적 시선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니까,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 '하고 싶은 일'도 있어야 하고 현실적인 부분도 잘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굳이 하고싶은 것을 얘기하자면, 딥러닝을 이용한 인공지능 분야를 배우고 싶다. 인공지능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은 세상에서 미래에 화학과 인공지능으로 하고싶은 일을 꼭 하고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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